목회 시를 쓰며
이 책에 실린 글을 쓸 즈음 저는 시인도 아니고, 등단한 적도 없었습니다. 체계적으로 시를 배우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정녕 목사이고 싶었고 그렇게 교인을 사랑하고픈 것뿐이었는데, 어느 날 그 마음이 시가 되어 제게로 찾아왔습니다. 나눔의교회를 개척하여 섬겨 오는 동안 은혜, 감동, 영혼, 연약, 심지어 실수마저도 버릴 것 하나 없는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고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머물러 있는 시들은 밀레니엄 시작 쯤부터 성전 건축에 이르는 5년여 시점의 목회의 편린, 믿음의 공통분모들입니다. 물론 그때 상황 그대로 옮겼습니다. 지금 보면 격세지감이 있는 것도 있으나 그때는 그 모습이 진실이었습니다.
이 일에 멋진 포즈로 모델이 되어 준 나눔의교회 교인들과 장로님들과 남편을, 아빠를 그 자리에 든든히 서 있게 한 아내와 애린이, 우림이에게 그리고 직접 편집에 참여해 준 지평서원 대표 부부와 부족한 글 임에도 마음 묶어 출판을 해 주신 베드로서원과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넉넉히 보아 주시는 모든 분들께 하여, 진정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덕에 어느새 알밤은 토실하게 터지고 귀뚜리는 밤새 울고 들판은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 내내 평강하소서.
2023년 10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