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가 시인의 소박한 감성의 표현이라는 데서 나아가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또 진실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제시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좋은 시는 물처럼 가슴에 스며들어 우리의 생각과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나'와 '세계'가 똑같이 중요하고 그래서 공동의 운명을 지닌다는 전제가 놓여 있다. 이런 생각은 현재의 삶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유리창의 안과 밖은
그 사이가 얼마나 가깝고 아득한가
빤히 마주보면서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지만
닿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시리도록 투명해서 그 사이가 더욱 멀다
내 안의 매듭들이 그렇다
얽힌 모양이 뚜렷해서 슬그머니
손을 대지만
만질 수 없으니 풀어낼 수 없다
절로 헐고 삭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하멜(Hendrick Hamel, 1630~1692)이었다.
병영에서 만난 그는
눈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유배 아닌 유배로 이곳에서 칠 년을 살았다.
이제는 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표정이었다.
억울함과 분노, 고통과 절망과 그리움이 뒤섞인
그의 눈빛이 몸속에 스며들었다.
낯익은 슬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