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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유종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35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충주 (전갈자리)

직업:문학평론가 전 대학교수

취미/특기:수영 음악감상

기타:서울대에서 문리대 영문과 학사, 뉴욕주립대(버팔로) 대학원에서 석사,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작
2022년 7월 <사라지는 말들>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

과거사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된 것과 아주 무관한 것은 아니겠지만 근자에 근접과거와 집단적 기억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회적 기억은 복수로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삶의 현장감과 너무나 판이한 근접과거 이해나 서술을 접하게 되는 것도 계기가 되었다. 올바른 과거이해를 지향하기보다는 편의에 따라 과거를 단일한 이미지로 간소화하고 개칠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누구도 개의치 않는 아무래도 좋은 공터다. 그러나 과거는 생기로 차 있고 그 얼굴은 혐오스럽고 우리를 약 올리고 상처 주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파괴하거나 개칠하고 싶어한다. 우리가 미래의 지배자가 되려는 것은 오직 과거를 변경시키기 위해서다.” 밀란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에 보이는 대목인데 참조에 값한다고 생각한다.

그 겨울 그리고 가을

이 책은 굳이 분류하자면 자전적 에세이라 할 수 있다. 회상록 혹은 회고록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길지 않은 특정 시기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회고록은 정치경제를 위시해서 모든 분야의 거물들이 역사에 남긴 흔적을 적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 쪽 통념인 것 같다. 그래서 회상기 혹은 회상 에세이라 명명했고 그리 불리기를 바란다. ('책 머리에' 중에서)

그 이름 안티고네

노년은 삶의 종언이 바로 근접해 있는 시기다. 그것은 먼 우렛소리가 아니라 바로 머리 위에서 나는 포성이요 천둥소리다. 뒤늦은 깨달음처럼 삶이란 죽음으로 부터의 도망이요 둔주요 결국 패색 짙고 숨 가쁜 둔주곡遁走曲이란 느낌이 든다. 볼일을 만들어 볼일을 보면서 사람들은 닥쳐오는 삶의 종언을 의식에서 몰아내려 한다. 글을 끼적거리는 것도 삶의 궁극적 사실을 외면하려는 심층적 충동의 소산이라 느껴진다. 만년의 글쓰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 조그만 책은 21세기 들어서 내는 열다섯 번째 것이다. 스무 살 버릇이 여든까지 온 것이다. “모든 위대한 현자들은 장군처럼 폭군적이고 장군처럼 무례하다”고 체호프가 적어놓고 있다. 폭군적이지도 무례하지도 않은 글이란 것으로 자괴감을 달래려 한다.

나의 해방 전후

이 책의 표제는 이태준의 <해방 전후>에 기대어 있다. 그러나 내가 취택한 것은 간결한 표제의 적정성이지 그가 드러내고 있는 신참 개종자의 관점은 아니다. 이 책의 일부는 몇몇 계간지에 단속적으로 발표된 바 있으나 이번 기회에 몇몇 착오를 정정하고 대폭적으로 보완하였다. 인간의 기억은 때때로 기억 주체를 오도하고 혼란시킨다. 바로 그 점을 의식하기 때문에 이 책에는 있지도 않은 일을 적었거나 사실을 변조한 허구 부분은 전무하다는 것을 하늘을 우러러 떳떳이 말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친척 한 사람을 제외하고선 전부 실명이라는 것도 밝혀둔다.

내 마음의 망명지

장르의 서열을 믿지 않는다. 가장 많은 독자를 당기고 있다고 해서 소설의 장르적 우월성이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김기림, 이상, 김수영의 빼어난 산문은 이들이 쓴 대부분의 시보다 훨씬 매혹적이요 윗길이다. 높낮이가 드러나는 것은 개개 작품의 구체를 통해서이다. 짤막한 산문이라고 해서 업수이 여길 수는 없다. 짤막한 글에서일수록 '제자리에 놓인 적절한 말'이라는 문체적 요청이 커진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

그렇게 해서 지금껏 발표랍시고 한 것이 그럭저럭 60편 가까이 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어보면 면구스러운 것이 많고 그런 대로 애착이 가는 것은 열댓 편 정도나 될까. 그래서 한 열댓 편쯤 더 마련이 되면 시집을 내보자고 생각한 지도 여러 해째다. 뜸을 들이다간 영 못할 것 같아 이번에 부족한 대로 엮어보기로 하였다. 평생에 한 권 내는 시집이라 자신에게 느슨해지고 관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 읽기의 방법

이 책은 시 50편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 유의해야 할 사항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 좋은 시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고 있기 때문에 그 해석과 설명도 획일적일 수는 없다. 개개 작품의 독자성을 존중하면서 반듯하게 성취된 됨됨이의 이모저모를 음미하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 접근의 방법적 동일성은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다. 정상에 이르는 지름길은 작품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까닭도 있지만 한편으로 작품 접근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훌륭한 문학 작품은 크건 작건 사람살이와 세상에 대한 독자적인 발견을 보여주고 있고 또 언어적 세목에서 새로운 발명을 보여주고 있다. 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고 감탄하는 것이 독자의 소임이다. '시 읽기의 방법'이라 한 것은 그 정도의 뜻이다.

회상기

문명의 기록치고 야만의 기록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터이다. 삶과 역사의 비극적 인식을 통해서 후속 세대에게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긍정 없는 부정 일변도의 사고에서 창조적인 삶과 사회는 구상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책에서 읽는 역사는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해석과 요약의 줄거리다. 이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줄거리는 자질구레하고 소소한 구체적 세목에 의해서 보완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뼈대요 형해形骸에 지나지 않는다. 추상과 개괄이란 뼈대에 구체적 세목을 부여하는 것이 역사적 상상력이라 생각한다. 역사교육은 역사적 현실에서 동떨어져서 독보獨步하는 “뼈대 역사”의 암기가 아니라 역사적 상상력의 교육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푸르른 것은 오직 삶의 황금 나무일 뿐”이라는 『파우스트』의 대목은 역사 이해에서도 참조에 값한다. 구체적 세목에 의해서 보완되고 충전되어야 역사현실의 황금나무가 본연의 푸르름을 회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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