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아름다움은 내적 진실의 표현 혹은 현실의 적나라한 재현에서 더 잘 발생한다. 현실 그 자체가 바로 예술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이 상징적으로 나타난 순간의 핵심적인 부분, 악센트, 리듬 같은 것을 찾아내면 그것은 예술적인 것이 된다.
나는 본디 사진에 예술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사진은 사진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의 본질을 망각하고서는 사진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또 인간이 없는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고 본다. 인간이 화면에 없으면 생명력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일생을 통해 추구해 온 사진세계는 사진으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지난 40여 년간 거짓없이, 전혀 꾸밈없이 대상에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 왔다. 또한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그렇다고 실험적이거나 조형적인 사진들을 폄하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리얼리티야말로 사진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온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를 '사진작가'라고 칭해 본 적이 없다. '사진작가'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부끄러운 생각부터 든다. 사진은 암실에 앉아 만들거나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며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바로 그 현장만이 나의 작업실이자 나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