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답을 주려는 시도를 하지 않으며, 사실상 답을 줄 수도 없다. 다만 우리가 익숙하게 몸담고 살아온 현실세계에 깊숙이 뿌리 박은 차별과 배제의 현실, 인간생명을 진정한 생명이도록 하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억누르고 제한하는 반(反)생명적 제도와 가치를 강요하는 이 현실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문제설정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나는 이 세계의 변화가 새로운 답을 주는 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물음을 묻기 시작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이전에는 묻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하여 물음을 묻기 시작하게 되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이전에는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들이 사실상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임을 보기 시작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통해서 갖는 유일한 기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