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
1. 프리 워커, 혼자라는 경쟁력
프리 워커(free worker)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일과 삶의 방식이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프리 워커는 자신의 삶과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혼자’ 일하지만, 다른 프리 워커와 협업(co-work) 합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지만, 어디에나 소속됩니다.
그의 경쟁력은 자기 자신입니다. 시장의 변화를 파악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합니다. 다른 프리 워커와의 협업을 통해 확신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합니다.
2. 완벽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갑니다
프리 워커는 회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일합니다. 돈도 좋지만, 재미있는 경험과 의미 있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관리를 하고 끝없이 노력합니다. 그는 인생이 긴 여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실패를 극복하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내죠.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고 하고, 잘하는 일을 좋아하려고 합니다. 견딜 수 있고, 기다릴 줄 압니다. 그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프리 워커는 완벽이 아니라 완성을 향해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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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주도합니다
이제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입니다. 삶 속에서 일을 하는 동기를 찾아야 하고, 일을 해나가며 삶의 의미를 구현해야 합니다. 삶을 걸고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통해 삶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죠.
프리 워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갑니다. 그는 스스로 끝없이 묻습니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 그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일을 하며 자신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본질을 지키려고 합니다. 프리 워커는 자기 일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주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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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인사이트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100살 가까이 살 확률이 높습니다. 영원히 회사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독립해야 합니다. 지금 프리 워커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프리 워커로 살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상의 흐름은 바뀌었고, 그 흐름에 맞는 새로운 인사이트(insight)가 필요합니다. 이 책에는 제가 20년 동안 프리 워커로 일하고 살아가며 알게 된 여러 사실과 깨달음,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이야기는 일에서 시작해 삶에서 끝이 납니다.
포기하지 마라, 힘내라, 극복해라.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가 왜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슬럼프와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매뉴얼이 현실에서 맞딱뜨리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요.
비난을 감수하고, 비판을 받아들이고, 질투를 극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고단한 현실에 지친 우리에게 실제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어떤 태도로 일해야 더 좋은 성과물을 만들 수 있고, 그 성과물을 통해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그 어떤 응원보다도 더 큰 응원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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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
‘일하는 마음’과 ‘살아가는 태도’. 이 두 가지가 이 책의 핵심입니다. 이는 우리 삶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이것만 잘 연습하고 훈련한다면 우리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미워할 수 있다는 말은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실패할 수 있다는 말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죠.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닙니다. 마라톤보다 더 긴 거리를 달려야 합니다.?
변화와 성장은 늘 한계를 넘어설 때 이루어집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세요. 영화 〈설국열차〉에서 송강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오래 닫혀있어서 벽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문이다.”
끝까지 가보세요. 끝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으니까요. 끝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요. 일의 끝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이 프리 워커를 꿈꾸는, 일을 통해 삶의 자유에 닿기를 소망하는, 달리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담백한데 깊고, 깊으니 여유로워서
오랫동안 여행을 하며 좋은 여행은 즐겁고 유쾌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음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삶도 그래야 한다. 우리의 삶은 영원하지 않아서,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살수록 음식을 먹는 일이 즐겁다. 찬 두부를 잘라 먹다가 옛 기억을 더듬더듬 꺼내고, 불고기를 먹으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국수 가락을 건져 올리다가 반짝이는 지혜를 얻는다. 복어나 같이 먹자고 친구에게 전화하는 일이 좋다. 물론 혼자 먹는 도시락도 나쁘지 않다. 예전엔 먹지 못했던 음식을 지금은 맛있게 먹을 줄 안다. 맛있게 먹는 척이라도 하는데, 이만큼 살았으니 그럴 수 있게 된 거다.
음식을 먹다가 문득 목이 메어와 수저를 놓고 허공을 바라볼 때도 있다. 먼 하늘 끝에서 줄이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오래된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신다. 잔을 비우며 아직 남아 있는 얼굴들을 떠올린다.
매운맛인데 단맛이 따라오고, 단맛 속에 쓴맛이 들어 있다. 짠맛은 홀로 먹을 때 좋다. 쓴맛이 나더라도 오래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온다. 단맛에 길들여지면 몸을 망친다. 담백한데 깊고, 깊으니 여유롭다. 여유로우면 너그로워진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음식과 인생에 관해 영 문외한은 아닌 것 같아 다행스럽다.
나는 음식을 사랑하고 인생을 아끼는 것이 분명하다. 살면서 점점 더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인생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다. 우린 영원하지 않으니까. 오늘 저녁에는 떠나간 어떤 얼굴이 짙은 별로 떴다.
길 위에서 나는 메모했다. 기차 안에서, 바람 아래에서, 모텔 베란다에서, 늦은 밤의 어두운 카페에서, 눈 내린 자작나무 숲에서, 수도원의 종소리 아래에서 나는 나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생활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날짜 변경선을 지나며 우리 인생의 덧없는 하루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막에서는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풍경을 정신의 흔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 실린 짧은 교감의 기록도 풍경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는 낯선 풍경이 당신에게 새의 발자국 같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초판 시인의 말
밤이 깊었다. 여기는 사막이다. 달은 붉고 바람은 차갑다. 나를 데리고 떠날 낙타는 보이지 않는다. 외롭다.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나의 도착은 언제나 늦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바닷속을 거닐던 기억을 나는 가지고 있다.
나는 부랑자이거나 방랑자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대, 미안하지만 이미 나를 떠났어야 했다.
2000년 봄
개정판 시인의 말
2000년 펴낸 첫 시집이다. 시를 잊고 싶어 서둘러 만든 시집이었다. 부끄러움이 크지만 그대로 낸다. 차례만 약간 바꿨다.
많은 하루가 지나갔다. 바람이 불고 눈이 쌓였던 그 하루는 해야 할 일로 가득했고 별이 뜨고 지듯 나는 그 일들을 했다. 그사이 음악을 들었고 책을 읽었고 가끔 슬펐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신이 더 좋다고 고백하고 싶다. 겨울이 와서 당신이 더 좋다고. 대기가 차가워져서, 그래서 노을이 붉어서, 일찍 밤이 찾아와서 당신이 더 좋다고.
모든 사실과 사건이 당신에게 더 좋다고 말하기 위한 핑계였다. 당신을 처음 만난 그날 이후 우리에게 남은 날은 점점 줄어들었으니까.
가을은 가을로 오고 낙엽은 낙엽의 자리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지나간 것일까, 다가오는 것일까. 나는 여전히 외로운 방향으로 웃고 있다.
2021년 2월
여행을 하며 배웠습니다.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인생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것,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즐기는 자가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요.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마름에 대한 해결은 목마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 물을 가지러 일어설 때부터 해결됩니다. 어차피 시간은 지나가고, 시간은 우리에게 의미 따위는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경험하고 늙어갈 뿐입니다.
우리 인생의 행복한 기억은 대부분 ‘즐겁게 놀았던’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대부분은 여행이라는 것도 알게 됐구요. 그러니까,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 조금 더 놀아야 할 것이고, 더 행복하기 위해 더 여행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코엘료를 이야기하자면,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간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건 피로하다는 느낌.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뿐이지”라구요. 맞습니다. 이는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티브이를 보고 있는 지금도, 짙푸른 바다 앞에 서 있는 지금도 우리는 늙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루는 하루에 하루만큼 사라지고 있습니다. 조금씩 사라지는 우리의 순간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운 요즘입니다.
우리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더 느긋한 속도로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즐겨야 하는 순간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가야 할 장소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 순간과 그 장소를 알고 있지만 주저하며 망설이다가 놓치곤 하죠. 우리는 늘 후회한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주저하고 망설이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이 책은 당신이 더 여행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당신의 여행에 별자리 같은 안내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맨밥을 입속으로 밀어넣듯 세상을 살았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그동안 몇 개의 상처를 몸에 새겼고 그 상처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돌이켜보니 모든 것은 우연이었다. 내 손에 카메라가 쥐어진 것은, 내가 길 위에 서게 된 것은... 나비의 날갯짓이 봄꽃에 내려앉듯, 우연이라는 행복한 바람에 실려 낯선 길 위를 떠돌았다.
이 책은 외롭고 고단하고 쓸쓸할 때마다 나를 위로하는 여행의 기억들로 이루어졌다. 격렬한 삶의 한 가운데서, 홀연한 여행을 꿈꾸며 오늘도 나는 정거장 주위를 서성인다.
이들의 미소는 생에 대한 완벽한 문장이었다.
그 문장은 삶에 대한 용서와 나와 타인을 향한 사랑과
희망과 위로를 품은 겸허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언젠가 우리의 혀 위에서
따듯하게 굴러다녔던 자음과 모음들!
그들은 고독한 구도자, 아니 지독한 휴머니스트 같았다.
파인더에 눈을 대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와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빛과 공기의 떨림,
그리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이 전해져왔다.
그것은 생에 대한 진심어린 잠언이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옮겨 적기 위해
떨리는 손끝으로 셔터를 눌러야 했다.
당신의 야윈 어깨에 손을 얹듯이
미소의 근원을 향해
떨리는 음악처럼
그렇게……
여행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게 일이다.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비행기와 기차, 버스 속에서 보낸다. 많은 아침들이 낯선 호텔 창가의 처음 보는 풍경 앞에서 시작된다.
여행을 하며 많은 도시를 지나왔다. 리스본, 멜버른, 애들레이드, 시애틀, 루앙프라방, 도쿄, 팔레르모, 상하이, 이스탄불, 카이로, 아디스아바바, 더반, 두바이, 런던, 류블랴나, 더블린, 바간… 그 이름들을 발음하기에도 숨이 차다. 그동안 어깨에는 언제나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얹고 있었다. 산, 강, 바다, 들, 사막, 나무, 꽃, 구름, 바위, 안개, 새벽, 노을, 밤, 햇살, 골목, 새, 고양이, 음식, 아이, 노인, 상인, 농부, 뱃사공, 웃음과 울음, 속삭임, 기쁨, 슬픔, 환호, 아쉬움, 작별을 렌즈에 담았다. 가끔, 아니 자주 파인더를 바라보는 눈이 피곤했고 다리가 아팠다. 일이었으니까.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로 쓰러지듯 몸을 던지곤 했다. ‘아, 힘든 하루였어’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20년 동안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불평하고 있지만 나는 누구보다 이 일을 사랑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 어느 겨울 밤, 이 일을 사랑하고 있다고, 이 일을 하며 늙어가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고백했던 적이 있다.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 그것은 내게 그것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혼자 있고 싶었는데, 여행과 글과 사진은 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여행을 하며 나는 외로웠고, 글을 쓰며 나는 세상을 견딜 수 있었고, 사진을 찍으며 나는 조금이나마 아름다울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외로운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 오로지 혼자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여행을 하며 나는 일부러 한 발 늦게 도착하곤 했다. 모든 여행자들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은 표정과 만나고 싶었다. 그들이 혼자 있을 때 만들어내는 동작을 보고 싶었다. 그들의 희미한 온기를 문장으로 더듬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의 연착은 언제나 의도된 것이었다. 늦게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는 머뭇거리며 만났다. 우리 사이에는 약간의 어색한 공기와 약간의 경계심이 얇은 커튼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수줍어했고 오래 서성였다. 나는 많이 망설였고 셔터를 눌렀다. 이 글과 사진들이 그 마음들이다.
다시 사진을 보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연민하고 있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고 있다. 지금은 아무 상관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것이 아쉽지는 않다. 그 시간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여전히 달콤하게 이 우주 속을 떠다니고 있을 테니까.
당신은 끝까지 아름다울 것이고 나는 여행할 것이다. 아직 나에겐 많은 풍경이 남아있다.
내가 바라보았던 1년을 모았다.
사소하지만 다정한 순간들, 여행보다 아름다운 시간들, 사랑했던 나날들. 빗소리를 듣는 새벽, 그 1년을 되돌려 본다. 그날 내 눈을 스쳐갔던 유성의 궤적과 내 귀에 울렸던 펭귄의 울음소리를 기억하며, 그 사진들을 쓰다듬으며.
우리의 모든 날들은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고 우리의 모든 시간들은 사랑받을 이유가 있으며 우리의 모든 순간들은 소중하게 존재해야 한다.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들
얼마 동안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는데, 그냥 뭔가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해두자. 저녁이면 술잔을 달그락거리며 화집을 뒤적이거나 가로등 아래를 오래도록 걸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탔다. 구름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았다.
구름은 색깔과 모양이 자주 변하곤 했는데, 그것을 관찰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벤치에 자전거를 기대 둔 채 가만히 앉아 있었던 시간. 당신마저 생각이 나지 않던 시간…… 그리고 책을 읽었다. 음악을 들었다. 사랑에 관한 글도 있었고 헤어짐에 관한 글도 있었다. 슬픔과 고독에 관한 글도 있었다.
내게는 그 모든 글들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두세 번 소리 내어 읽곤 했다. 가끔 까닭 모르게 울컥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오래도록 방안을 서성였다.
그동안 읽어온 글귀에서 문장을 뽑았다. 모두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이다. 어차피 생은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니, 이 문장들이 당신의 마음을, 당신의 사랑을, 우리의 생을 조금씩 회복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 프롤로그
여행, 이토록 무의미한 아름다움이여.
시간이 흘렀다. 나는 아직 공항이 낯설고, 비행기의 유연한 이륙을 볼 때마다 이토록 거대하고 무거운 쇳덩이가?어떻게?하늘에 떠 있을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해한다. 비행기는 고래와 닮았고 고래의 등에 올라타고 다른 세상으로 헤엄쳐 가고 싶다. 그곳에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발음하고 다른 눈빛을 가지고 다른 향신료를 음식에 뿌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이륙의 순간이고 나는 여전히 낯선 사람이 되고 싶다.
돌아갈 곳이 없었다면?나는 떠나지?않았을 것이다. 여행하는 내내 당신의 따스한 등을 그리워했고 당신의 손을 잡고 싶었다. 당신의 팔꿈치를 잡기 위해 무심코 뻗은 손. 그곳의 텅 빈, 차가운 공기. 지구 어딘가에 바닷물이 한없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풍경. 여행은 내게 외롭다는 걸 가르쳐주었고 그 외로움이 결국 당신의 부재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됐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행운 만으로 일이 굴러가진 않는다는 것. 일의 대부분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원고도, 달리기도, 플랭크도 모든 것이 고통스럽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결과는 남는다. 그 생각으로 버틴다.
여행은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움이?남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새벽 안개 가득한 거리, 홀로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던 비엔나의 11월. 내겐 마음이 아직 남아있구나. 나를 글썽이게 만드는 이토록 무의미한 아름다움이여.
여행을 하며 나는?세상과 상관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폭포는 끝없이 낙하하고 폐허는 점점?아름다워지고 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린 모두 처음 살고 있으니까요.
내 어깨에 머물렀던 당신 손의 따스한 온도,
당신이 내게 건네주었던 빵 한 조각,
그것은 위로였고 나를 여기까지 살게 했다.
내게 왜 그토록 여행에 열중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에게 받았던 위로들을 누군가에 전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밖에는.
나는 여행을 통해 점점 온전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 나는 최선을 다해 여행할 것이다.
당신은 아직 나를 더 위로해 주기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여행을 그리워해야 한다
벌써 20년을 여행작가로 살아왔다. 그간 8테라 외장 하드에 자료를 가득 담았다. 지금도 여행을 다니며 신문과 잡지에 여행 콘텐츠를 싣고 있으니 자료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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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한 장의 사진이 100매의 글보다 더 강한 여행의 유혹을 던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주저 없이 차를 세우고 주홍빛 아침과 보랏빛 저녁에는 항상 손에 카메라를 들고 선다. 대상을 설명하는 사진보다는 대상과 교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 싶어 한다. 사진을 보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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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중국집과 선술집, 허름한 백반집을 좋아해서 때 묻은 간판이 보이면 불쑥 문을 열고 들어가곤 한다. 유명식당을 일부러 피하지도 않고 음식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낯선 음식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모든 음식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맛있으며, 맛없는 음식을 먹기에 아까운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낮술 한 잔을 위해 오후 일정을 취소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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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책을 썼다. <밤의 공항에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는 글과 사진을 함께 담은 여행 에세이다. 국내 여행책으로 <당신에게, 여행>, <맛있다, 제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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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이다. 지금까지 국내 취재 여행을 다니며 꼭 보여주고 싶은 곳만 골라 담았다. 우선 이 책에 실린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여행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여행이 간절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게 미뤘고 꼭 알려드리고 싶은 정보만 담았다. 입맛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소개된 식당은 가도 후회하지 않을 듯싶다. 이 책에 실린 정보는 2020년 6월 30일 기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셨으면 한다.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용되기를,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개정증보판을 낼 수 있기를 작가로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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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때로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고, 지면의 한계 때문에 보여주지 못한 장면이 많다. 아마 우리의 여행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다. 언제나 아쉬운 것이 여행이고, 그것은 우리가 다음 여행을 약속하고 열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책에서 더 아름다운 풍경과 더 맛있는 식당으로 함께 찾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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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을 그리워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