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많고 공장도 많고 사람도 많은 울산 양정동에서 자랐습니다. 언니, 오빠, 동생들과 골목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등을 주로 하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놀았습니다. 개학 전날 숨바꼭질하다 창문 뒤로 떨어져 머리를 꿰매기도 하고, 친구네 장롱에 숨었다 잠이 들어 부모님께서 파출소에 신고할 뻔하기도 하고, 동네 뒷산 중턱에서 귀신을 보고 놀라 열댓 명이 한 줄로 줄행랑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친척집에서 잠깐씩 살 때는 그 동네 딱지를 다 따서 집으로 오곤 했고, 함양 목현마을 외할머니 댁에 살 때는 얼음판에서 썰매타기, 앞집에서 밤늦도록 귀신놀이, 보리밭의 뱀 보고 도망치기, 해가 뜨고 지도록 산등성 넘어 다니기, 무서운 외할아버지 피해 담장 밑으로 숨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어린 날의 추억들에는 함께한 즐거움과 혼자서 기다려야 하는 짙은 외로움이 있습니다. 그것들로 시를 쓰고 동시로 노래하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는 눈과 귀와 마음을 깨끗하고 환하게 만들어 주는 신비한 힘이 있어 그런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함께하고 싶어요.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과 함께 글을 읽고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사로운 낙서들로 이야기를 엮어 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더불어 살며 나무와 풀과 꽃이 지천인 곳에서 별똥별을 헤아리는 꿈을 꿉니다. 모두가 행복한 꿈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응원할게요. - ‘시인의 말’ 중에서
함께 눈을 감고 팔랑팔랑~!
어린이 친구들은 나를 꼼짝 못 하게 합니다.
어린이의 말 한 마디, 눈빛 하나 닿을 때마다 나는 멈칫하고 맙니다.
맞는 말만 하고, 간혹 다른 말을 할 때도 참 좋습니다. 모르는 게 있어서 물어볼 때도, 모르면서 안다고 우길 때도 참 좋습니다. 왜냐면 난 어린이를 정말 정말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화난 얼굴, 슬픈 얼굴,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 그 모든 얼굴과 그 안에 든 마음들을 사랑합니다.
내가 떠나 버린 세계가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세계여서 참 좋습니다. 그 세계 안에서 함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비로소 내가 아주 좋아하는 그 마음과 그 표정들을 조금씩 담을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웃음이 많은 나를 더 웃게 해 줘서, 눈물이 많은 나를 토닥거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 어린이의 표정을 닮아 가며 늘 동시로 노래합니다.
오늘도 함께 있어 기쁘고 즐겁습니다.
여기에 담긴 작고 작은 이야기들은 내가 듣고 본 것들의 아주 작은 일부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틈새와 낮은 곳,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생명체들의 신비로움과 밤낮의 오묘한 시간들. 그 사이에서 동심으로 바라본 세상을 함께 들여다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까르르 웃음과 말똥말똥 쳐다보는 누군가의 얼굴이 읽히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