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을 쓰다 보면
공포 소설을 쓰다 보면 종종 재미난 일을 겪는다. 애석하게도(혹은 다행히도) 귀신을 보게 된다든가 하는 건 아니고 사람들을 대할 때 말이다. 특히나 직업을 소개할 때 공포 소설을 쓴다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꽤나 재미있는 반응을 볼 수 있다. 놀라거나 신기해하는 건 기본이다. 어떤 이들은 간혹 내게 정말 귀신을 믿느냐고 묻기도 하고,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쓰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지 묻기도 한다. 심지어 아주 가끔은, 직업을 듣고 갑자기 내게 거리감을 느껴하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뭐,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내 글을 늘 가장 먼저 읽고 의견을 주는 친구들 중에서도 ‘공포’ 소설만 들고 가면 기겁을 하고 멀어지는 친구가 몇이나 있으니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뭐가 재미있는 일이냐고? 물론 처음에야 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만큼이나 놀려먹기 좋은 사람들이 또 없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지금, 사실 나는 ‘상대의 상상에 부합해줄 수 있을 만한 이상한 컨셉’을 잡고 괜히 상대를 조금 더 놀리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