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2000년대 동남아시아의 화교공동체와 중국의 관계는 냉전기의 단절을 벗어나 다시 긴밀해졌다. 오히려 단절되기 이전보다 더욱 공고해진 측면마저 있다. 혈연, 지연에 기반한 연계가 중심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의 관계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요소라면, 후자는 없던 혈연, 지연도 만들게 하는 힘이 있다. 최근 마냥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이 관계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하는데 바로 2010년대 미중 패권경쟁의 도래다.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사이에서 동남아시아의 화교공동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돌아온 지정학적 구도 속에서 21세기에 들어선 지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화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 책은 그 답의 일부를 역사적 측면에서 가늠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