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노자를 만나다>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노자가 이미 예수에 앞서서 동양정신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고, 예수로 대변되는 그리스도교는 새로운 시각에서 도의 면모를 접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느새 노자는 한쪽에서 살며시 미소를 짓는 듯하고, 예수는 그보다 500여 년을 앞서 살다 간 자에게 다가가서 '진리'라는 이름으로 말을 건넨다. 진리는 진리를 만나기 때문이다. <도덕경>과 그리스도교의 영성이 만나는 자리인 셈이다.
‘종교 간의 대화’는 보다 높은 영적 생활을 위한 하나의 시작이다. 하나의 동산에 갖가지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이 공존하듯이, 서로 다른 진리체계를 가지고 있는 종교들이 하나의 지구촌에 공존하고 있다. 인종이 다르고 나라가 다르듯이 종교와 문화는 서로 다르다. 오히려 그 다른 것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이같이 다른 정신세계를 하나의 아름다운 동산으로 초대하는 축제가 곧 대화다. 열린 대화는 깊은 영적인 세계의 바다로 이끈다. 타자他者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진정한 자기我를 더욱 깊이 있게 발견할 것이다. 이것이 ‘대화의 영성靈性’이 가져다 줄 최고의 선물이다.
더 나아가 타자를 통한 진정한 자기의 발견은, 동시에 타자를 포함한 세계의 발견이다. 신神이 없는 불교佛敎, 신이 없는 유교儒敎,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자를 떠나서 사람을 만나고 궁극적窮極的 실재를 만날 일이다. 문자는 사람을 죽일 수 있어도 영성은 생명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모쪼록 본서가 21세기의 지구촌 시대에 걸맞은 종교 간의 대화에 깊이와 넓이를 더해 가는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역자서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