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살아낸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로서의 시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그래도 늘 감사한다.
볼 수 있음에, 느낄 수 있음에.
돌아보니 지난 10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숨 가쁘게 일어났다.
코로나 때문에 300개가 넘는 동영상을 만들면서도,
진술해야 할 것을 진술할 내 책무에 눌리곤 했다.
쓰나미에 쓸려나가는 것만 같은 일상이었지만,
육지에 오르기 위해 꽤 버둥거렸다.
아직 육지는 멀기만 하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동화를 읽는다. 동화 속 세상은 비현실적이지만 눈으로 읽어가는 동안 상상력을 자라게 한다. 그러한 과정은 맑고 밝은 정신의 세계를 고양시키기도 하고, 삶의 간접적인 체험의 폭을 넓혀주기도 한다.
실제로 인류의 삶은 오랜 세월 동안 신화와 설화와 민담을 이어들으며 현재에 이르렀다. 신화를 일컬어 교육을 위해 만든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학교가 없고 책이 없었던 시절에도 통치를 위한 적절한 장치와 다음 세대를 위한 훈련과 훈육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교육 방식은 삶에 대한 체험이 많은 연장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노인의 죽음을 도서관이 불타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신화는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인간 정신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며 심리학자인 칼 융도 인간의 심층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단무의식의 하나인 신화에서 그 원형을 찾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신화는 이처럼 인간 정신에 숨어 있는 고유의 이미지를 상징화한 이야기이면서, 인간에게 남아있는 무의식의 연결 고리로도 기능한다.
기억은 직접 체험한 삶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며 울고 웃는 생활 체험과는 달리 철학적인 이론에 대한 분석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실제 주변에서 경험하고 지켜본 사례와 영화와 소설 속 인물들의 체험을 관찰하며 욕망의 지형도를 풀어가는 것도 마음의 이해와 치유에 조금은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이러한 글들을 분류하고 묶어 보았다.
마음의 이해와 치유의 문제, 삶의 다양한 양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선은 서로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론을 바탕으로 한 학문적 세계는 생생한 삶의 갈등과 치유의 과정을 함께 바라보는 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도 있다. 그러한 선입견을 불식시켜보고자 하는 의도 또한 동기가 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쉽게 와 닿지 않는 이론적 갈래와 삶의 생생한 체험이 만나 함께 버무려질 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인간관계의 어려움으로 인한 상처도 치유할 수 있다는 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설계하고 엮어나간 예술인들의 삶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부르는 지금의 세상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예술이 특정한 곳에서 특별히 계획되고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냄으로써 자신의 삶을 가장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친근한 생활인으로서 예술적 삶을 사는 이들의 예를 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을 살펴본 것은 누구나 예술적 삶을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누구보다도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성취를 살펴봄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다양한 간접체험을 통한 성찰의 시간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러한 작업을 하게 된 동기이다. 이런 내적 성찰의 시간들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