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 전이었던 거 같은데, 제가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시기, 한번은 회사에서 단체여행을 보내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 20명 정도가 홍콩을 갔었는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들이었죠.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든, 식당에 들러 주문을 하든, 어쩔 수 없이 그때 마다 제가 나서야 했었죠. 그렇게 여행하던 중에 한 번은 페리를 타고 섬에 가다가 옆에 앉은 홍콩 사람과 영어로 오랫동안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함께 페리를 탔던 제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회사 동료 하나가 나중에 제게 얘기하더군요. 자신도 영어를 나처럼 해서 외국인과 대화하고 싶다고. 생각해보면, 제가 처음 영어에 푹 빠지게 된 원인도 그렇게 시작된 거 같습니다. 어느 날, 연극을 보러 간 극장에서, 뒤에 앉은 외국인이 내 옆에 앉은 한국인에게 뭔가를 영어로 물어보자 유창하게 영어로 설명했던
거 같은데, 그렇게 서로 얘기하는 모습은 20대 초반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운명처럼 정하게 한 사건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나 저와 비슷한 방식으로 영어를 바로보고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죠. 특히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란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의 종류로 바라보기보다는, 취업을 위한 주요 스펙가운데 하나로 인식되는 것 같거든요. 각박한 요즈음의 상황을 대변하는 하나의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소통을 통한 재미나 그로 인한 설렘을 먼저 느낄 여유도 없이 스펙 쌓기 수단이 되어 버린 요즈음의 영어 트렌드를 보면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