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그(녀)들의 영혼을 위해 작두를 타겠다”
(첫 작품집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 남자 1, 2, 3, 4……, 여자 1, 2, 3, 4……들은 내가 잘 아는 그(녀)들이 이야기다. 그들은 기꺼이 취재나 인터뷰에 응했다. 몇 사람은 일부러 찾아오기도 했다. 나는 신부처럼 고백을 들었고, 무당처럼 그(녀)들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그(녀)들의 목적은 모두 비슷했다. 타인의 영혼을 위로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안녕을 보장받고 싶어 했다. 또한 자신의 모습이 실제보다 훨씬 더 근사하게 포장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들의 소망이나 기대처럼 그려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말이 내게로 들어온 순간 그(녀)들과는 상관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분노할 것이다. 그리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신들을 망가뜨릴 줄 알았다면, 결코 취재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그(녀)들의 불만과 분노를 달게 받아낼 작정이다. 고마웠다고는 말하겠지만 미안하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은 불편하기도 하다. 사실 소신이든 변명이든 내가 누구에겐가 말을 하게 된다면, 그 ‘말’은 또 불쌍해질 게 뻔하다. 그래서 미리 불안해진다. 나는 왜 그럴싸하게 말하는 재주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