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창작촌에서 더운 여름을 보냈다, 고요하게.
가만 생각하니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처음이었다.
장편소설을 쓰려던 마음을 접었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잠을 잤다, 가만가만
나를 들여다보고, 위로했다.
그것만으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삼 개월이 없었다면 아직도 내 상처에서 도망치려고만 할 거였다.
새벽, 고요한 연희, 그립다.
삼산도서관 상주작가로 매일 도서관에서 아홉 시간을 보낸다.
연희에서 글을 안 썼더니 강제로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퇴근할 때쯤이면 뿌듯해서 저절로 신이 났다.
그 시간 덕분에 썼던 글을 정리했고, 책이 나올 수 있었다.
김미애 사진가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내 소설이 입체적으로 완성되었다.
짧은, 아주 짧은 소설들,
이미지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절반을 썼고, 소설을 읽고 일으키는 파동이 절반을 쓰리라 생각한다.
소설은 상처가 상처에게 건네는 위안이다.
소설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로 간 그에게로 향한 기도이다.
2017년 12월 삼산도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