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의 길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길, 수많은 선배들이 밟고 지나간 문학의 길, 그 길 한 모퉁이에 나도 섰다. 어느덧 다섯 권의 책을 엮어 오는 동안, 수필에서 열다섯 번, 시조에서 일곱 번의 상을 받았다. 이런 이력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더 세심하게 집중해야겠지만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하다.
“일야구도”의 마음으로 하룻밤에 아홉 번을 일어났다 누웠다 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것이라 했고, “쇳덩이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것처럼 문장을 다듬어야 좋은 작품이 된다고 했다. 내심으로는 그렇게 하려고 다짐은 수없이 했으나, 다소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에는 나만의 아픔이 서려 있다. 기뻤던 기억보다는, 괴롭고 힘들었던 일들이 눈앞에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삶의 기쁨과 아픔들이 수필의 뼈대가 되어 긴긴 시간 나를 위로해 주었다.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시작으로 2020년 대구일보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에서 ‘당삼채’로 대상을 받았다. 1부와 2부는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이고, 3부와 4부는 신문에 기고한 작품들이며 내게는 평생 잊히지 않는 사연들이다. 끝으로 5부는 신작들로 수필선집을 엮었다. 되돌아보니 한 줄의 문장은 나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지표였고, 나 자신을 비추는 체경이었다. 이 길을 걷고 있을 때가 가장 맑고 고아한 행복을 느낀다.
오늘따라 햇살이 넉넉하게 퍼진다. 하늘은 투명한 유리알 같다. 꽃 진 자리 꽃이 피고 잎이 진 자리에 잎이 피어나듯, 문심이 저 하늘을 닮아가면 참 좋겠다.
2023년 연잎 파릇한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