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의 조력이 없었다면
이 한 권의 시집을 묶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
모두 조력의 근원이 되어 버렸다.
그것들을 차근차근 묻고
조곤조곤 들었다.
그리고 무수한 질문 끝, 대답을 기록한
계보학을 묶는다.
한 권의 어둠과,
으르렁거리는 별들과
날개를 수리한 흔적일 수도 있다.
멀리 날려고 하지 않았고, 않을 것이다.
비 내리는 내 언저리를 사랑한다.
첫 시집이라는 이유로
오래 가두어 두었던 그늘에게
미안하다.
2016 10월 31일 오후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