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아직 들통나지 않은 거짓말 혹은
영원히 간파되지 않을 정교한 눈속임의 일종이라면
진짜라는 게 극치의 정성과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가짜를 뜻하는 특정 형식에 관한 근사치일 따름이라면
진심이 다 진짜이거나 진실만은 아니라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위안인가
이 의미 없는 허세와 과장법이 때때로
깊숙이 마음에 와닿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이 몸안에는 없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홀가분한가
투명하며 텅 빈 매미 유충의 허물처럼
시리도록 환한 껍질뿐인 얼굴만큼
누군가 함부로 진창길에 버려진
타인의 심장을 주울지도 모르게
마침내 들키고 말 거라는 사실이
아무도 혼자가 아니라는 자유를
이게 다 진심은 못 되겠지만
이 전부가 온전히 사랑만으로는 모자라더라도
세상이란 현실과는 상관없이 허구와는 다르게
한없이 얼마나 이따금 기껍고도 사랑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