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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천구이팡 (陳貴芳)

최근작
2021년 3월 <타이난 골목 노포 산책>

천구이팡(陳貴芳)

타이난 출생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오래된 거리의 풍경을 그리는 예술가입니다. 그림 그리기와 여행, 그리고 신기한 것을 좋아합니다.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평생학습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타이난 커뮤니티 대학社區大學에서 도시여행 회화반을 개설해 그림에 기초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고 그들의 붓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기록하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로라의 보물지도』, 『숲속의 원소절』, 『우편배달원 아디阿弟』, 『타이난의 옛 문화와 역사 여행』 등이 있습니다. 천구이팡은 악어?魚라는 뜻으로 작가의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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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타이난 골목 노포 산책> - 2021년 3월  더보기

시간과 함께 달린 기록들 화가의 관점에서 수강생들을 이끌고 푸청府城의 오래된 장소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가게’라는 주제가 매우 의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래된 가게들을 여러 번씩 오가는 방식으로 타이난의 과거 모습을 관찰하며,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문화적인 맥락을 사소한 것들에서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글과 그림이 똑같이 중요하다. 스케치는 내가 비교적 잘할 수 있는 일이므로 건물과 흥미로운 인물들을 손으로 스케치했지만, 그림은 사진과 달리 실물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눈을 통해서 걸러진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공간을 독자에게 보여 줄 수 있도록 글로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오래된 가게들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해 보려고 관찰한 사실에서 감동받은 내용을 단편적으로 묘사하거나, 그림으로는 전달할 수 없었던 감정을 글로 적어 보았다. 여행하면서 스케치하는 방식으로 고향의 오래된 가게를 그린 다음, 여행자의 눈길로, 여행지의 가게를 방문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 ‘스케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나와 가게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 낯선 가게에 들어가게 되면 보통은 내가 미리 준비해 둔 말을 꺼낸다. 오래된 가게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림을 그려 화첩에 소장하고 싶다고. 하지만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게 나중에 증명되었다. 사연을 모르는 가게 주인들은 우선 내가 왜 자신의 가게를 그리는지 궁금해했고, 이어서 의자를 하나 끌어당겨서 내게 앉으라고 권한다. 때로는 목을 축이라고 차를 한 잔 따라 주거나 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들이 가게 업무를 보다가 내가 뭘 그리는지 잠깐씩 보러 오면 함께 잡담을 나누다 다시 서로의 일에 집중하곤 했다. 스케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장님은 외부인인 내가 아직 가게에 있다는 걸 깜빡 잊고는 부인과 농담을 하거나 말다툼을 하는 진솔한 모습을 보게 될 때도 있었다. 이웃들과 수다를 떨고, 심지어는 온 가족들이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따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런 현장 경험들은 아주 재미있었다. 취재하면서 맞이하는 최고의 순간은 바로 가게의 역사나 오래된 물건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을 때였다. 오래된 가게의 매력은 바로 세월이 흐르면서 층층이 쌓인 이야기들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그리고 사장님들의 입을 통해서만 비로소 그 시대에 속했던 옛 맛을 그려 낼 수 있다. 스케치로 기록하는 건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이므로 가게에서 긴 시간을 머물러야 한다. 어떤 때에는 오후에, 어떤 날에는 하루 종일,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번 가야 할 때도 있었다. 한동안 뜸하다가 다시 찾아가면 사장님들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요!”라며 나를 반겼다. 취재원과 친구가 된 것은 이 책을 출판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이다. 오래된 가게들을 방문할 때는 휴업이나 폐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런 가게들은 최소한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이 책을 펴내는 데 3년 이상 걸렸는데, 대다수의 사장님들이 나이 드신 분들이어서 처음 만났을 때는 건강해 보였지만 한두 해 지나서 다시 만날 때는 이미 보행 보조기구를 사용하기 시작했거나 요양원에 간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의 건강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오래된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그분들이 여전히 평안하신지 궁금해서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이렇게 책을 만드는 동안 오래된 가게들을 방문하는 건 정말 ‘시간’과 함께 달린 기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업종의 가게 주인들에게서 내가 발견해 낸 건 바로 그들의 장인 정신이었다. 장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일에 전념하는 모습을 한 획씩 그려 나가면서,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정신임을 느꼈다. 오래된 가게들은 이렇게 고집스런 마음으로 묵묵히 타이난의 정신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책을 만드는 일은 정말 즐거웠다. 타이난 푸청에서 수십 년 동안 버텨 온 오래된 가게들을 알게 되는 기회를 얻었고, 많은 가게들의 2세, 3세가 기꺼이 가업을 이어받아, 타이난이라는 오래된 도시가 힘을 얻어서 더욱 문화적인 푸청의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게 되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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