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6일 : 6호
“아줌마, 근데 아줌마는 좋은 사람이에요?”
사람은 때론 잘못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릅니다. 그 대가는 꼭 사법적인 것에만 국한하진 않습니다.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같은 첨예하고 촘촘한 소설을 발표해온 소설가 김혜진은 임해수의 편지로 이 소설을 시작합니다. 상담 전문가로 방송 등에서 활약하며 다른 이에 대해 빠르고 강한 평가를 내려오던 임해수는 그 말로 인해 자신의 집에 유폐되어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으로 집단에서 '쫓겨난' 사람을 자주 목격해왔습니다. '캔슬 컬처'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가지 않는 점 역시 김혜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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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때론 잘못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릅니다. 그 대가는 꼭 사법적인 것에만 국한하진 않습니다.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같은 첨예하고 촘촘한 소설을 발표해온 소설가 김혜진은 임해수의 편지로 이 소설을 시작합니다. 상담 전문가로 방송 등에서 활약하며 다른 이에 대해 빠르고 강한 평가를 내려오던 임해수는 그 말로 인해 자신의 집에 유폐되어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으로 집단에서 '쫓겨난' 사람을 자주 목격해왔습니다. '캔슬 컬처'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가지 않는 점 역시 김혜진답습니다.)
상처입은 채 길에서 사는 고양이 순무를 구조하려 하지만, 임해수와 순무의 소통도 쉽지가 않습니다. 순무의 경계심은 순무 자신을 상처입히고, 임해수를 다치게 합니다. 임해수는 철저하게 혼자가 된 이 시간 속에서 구르고 뛰며 자기 자신을 돌아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약자들 간의 교류, 서로를 향한 따뜻한 응원을 기대할 수는 없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녀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으므로 더 말할 수도 없다."(247쪽)라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저는 이 조심스럽고 논리적인 소설이 그 어떤 뜨거운 소설보다 위로가 된다고 느꼈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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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쪽: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건 잊어. 그래야 뭐든 시작할 수 있어.
Q :
이미 직장인 김화진이 익숙한 독자도 상당할 듯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를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것 외에,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를 통해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
쓰고 싶다는 마음은 저도 모르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만큼 많이 써본 경험은 없어서, 출판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먼저 작가의 곁에 있는 직업인으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실제로 쓰면 되는구나, 하고 느낀 것은 일을 하고 난 뒤부터였는데요. 아마도 작가들의 원고를 한글 파일로 받는 경험이 특별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누군가에게 보여 줄 일이 없으니 그냥…… 한글 파일을 열고, 쓰면 되는 거였어요. 쓰기 자체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어려워했는데, 그냥 좋아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자 소설을 한 편씩 써보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려워도 혼자서 소설을 쓰는 일은 자유라서 너무 좋다, 하고 생각하면서요. 사무실에서는 남이 쓴 글에 푹 빠져 있다가 저녁이면 빠져나와서 제가 만든 이야기에 푹 빠질 때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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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미 직장인 김화진이 익숙한 독자도 상당할 듯합니다.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를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것 외에, 소설집 『나주를 위하여』 를 통해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
쓰고 싶다는 마음은 저도 모르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만큼 많이 써본 경험은 없어서, 출판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먼저 작가의 곁에 있는 직업인으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실제로 쓰면 되는구나, 하고 느낀 것은 일을 하고 난 뒤부터였는데요. 아마도 작가들의 원고를 한글 파일로 받는 경험이 특별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누군가에게 보여 줄 일이 없으니 그냥…… 한글 파일을 열고, 쓰면 되는 거였어요. 쓰기 자체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어려워했는데, 그냥 좋아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자 소설을 한 편씩 써보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려워도 혼자서 소설을 쓰는 일은 자유라서 너무 좋다, 하고 생각하면서요. 사무실에서는 남이 쓴 글에 푹 빠져 있다가 저녁이면 빠져나와서 제가 만든 이야기에 푹 빠질 때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Q :
「나주에 대하여」의 ‘나’는 나주를, 「꿈과 요리」의 수언은 솔지를 관찰하고 판단합니다. 이 관찰은 상대방의 SNS, 독서 목록 등을 살피는 (염탐적인) 리서치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정보값을 수집하는 이 인간상들의 모습의 온도 같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그렇게까지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무언가를 하고, 그런 자기 자신을 스스로가 보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A :
저는 항상 사람이 가장 궁금해요. 호기심의 영역이 다른 데로 번지기를, 그래서 더 다양한 소설을 쓰게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의 말버릇이나 표정을 보는 일을 좋아하고, 말과 표정으로는 미처 알 수 없는 머릿속의 생각들도 궁금해요. 좋아하는 옷 스타일, 노래, 영화, 소설 같은 게 그 사람을 설명해주는 듯 다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같은 종족인데 이토록 다르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나주에 대하여」를 쓸 때는 SNS만 들어가면 모르는 사람이 스스로 선택해 올린 사진이나 글들을 보며 그 사람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되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알 수 있을까 같은 궁금증이 뒤따랐고요. 결론은 언제나 다른 사람을 보면 그와 닮고도 다른 나 자신이 보인다는 게, 인간은(모든 인간은 아니고 저는) 어쩔 수 없이 자기중심적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 소설가 김화진이 발표할 소설, 편집자 김화진이 만들 책, 어떤 책으로 독자를 만나고 싶은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2022년 연말에는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과 올해의 마지막 『릿터』 편집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김수영문학상 수상 원고를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독자 여러분께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릿터』는 편집부에서 대차게 도전하고 여전히 진행중인 ‘평어’ 2탄을 커버스토리로 준비했어요. 동료들과 평어를 쓰게 된 순간도 저에게는 매우 특별해서, 『릿터』에 실릴 에세이도 잘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곧 보여드릴 수 있는 소설로는 아마 ‘MBTI 테마 소설집’에 실릴 단편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명의 작가분들과 함께 MBTI 앤솔러지라는 재미있는 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소설에서 MBTI를 읽어내다니, 다른 분들이 쓰실 소설을 너무 읽고 싶고 기다려지는데, 한편으로는 제가 MBTI를 너무 몰라서 잘하고 있나 걱정도 됩니다. 이외에는 여전히 남는 시간에 틈틈이 소설을, 소설이 될 것을 메모해요. 그럴 때가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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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앉아 책을 읽거나 써야 하는 이들에게 수영은 참 좋은 운동이죠. 그러니 출판사 건물에는 당연히 수영장이 딸려 있어야 한다고, 수영하며 책을 읽거나 교정을 보다가 작가들이 찾아오면 여전히 물에 잠긴 채로 “어, 왔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그런 농담으로부터 스위밍꿀은 출발했습니다. ‘풀’이 아니라 ‘꿀’인 까닭은, 수영장과 건물을 모두 소유하는 미래는 꿀처럼 달콤할 테니까요.
이 농담을 함께 나눈 작가의 소설이 바로 스위밍꿀의 첫 책이 되었습니다. 바로 2017년에 출간된 정지돈의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인데요. 이제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인터뷰 등을 통해 그를 잘 알게 된 독자들은 오 년 전에 쓰여진 이 이야기 속에서 아주 반가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작은 겁쟁이들과 함께 문산, 개성, 평양, 함흥을 누비며 신나는 파티를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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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앉아 책을 읽거나 써야 하는 이들에게 수영은 참 좋은 운동이죠. 그러니 출판사 건물에는 당연히 수영장이 딸려 있어야 한다고, 수영하며 책을 읽거나 교정을 보다가 작가들이 찾아오면 여전히 물에 잠긴 채로 “어, 왔어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그런 농담으로부터 스위밍꿀은 출발했습니다. ‘풀’이 아니라 ‘꿀’인 까닭은, 수영장과 건물을 모두 소유하는 미래는 꿀처럼 달콤할 테니까요.
이 농담을 함께 나눈 작가의 소설이 바로 스위밍꿀의 첫 책이 되었습니다. 바로 2017년에 출간된 정지돈의 『작은 겁쟁이 겁쟁이 새로운 파티』인데요. 이제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인터뷰 등을 통해 그를 잘 알게 된 독자들은 오 년 전에 쓰여진 이 이야기 속에서 아주 반가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작은 겁쟁이들과 함께 문산, 개성, 평양, 함흥을 누비며 신나는 파티를 즐겨보세요.
2019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소설 한정현의 『줄리아나 도쿄』는 스위밍꿀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메일을 보내온 작가의 용기 덕분에 이 책은 출간될 수 있었죠. 그 당시 작가와 저는 이제 막 자신의 영역에서 첫발을 뗀 초보들이었는데요. 이런 장면이 흥미로웠는지 기자의 눈에 띄어 인터뷰를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작가는 “황 대표님이 일 년에 책을 한 권씩 내니까 십 년쯤 뒤에 펭귄 클래식처럼 제 책이 ‘스위밍꿀 클래식’의 세 번째 책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줬는데요, 그렇게 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원고를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주 소수겠지만, 마치 자신의 마음인 것처럼 생생하게 받아들일 독자가 틀림없이 존재하겠구나, 싶은. 지난해 출간한 이희주의 『사랑의 세계』는 그저 아름다운 것을 사랑해서, 기꺼이 추해진 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판매량에 비해 후기가 적어, 역시 그렇구나 생각했어요. 어딘가에 알리지 않고 혼자 열렬히 좋아할 만한 이야기니까요. “아름다운 건 다 징그러워. 그렇지 않아요? 결국에 내 손에 쥘 수도 없는 건데……” 이 문장을 얼마만큼 이해하시나요? 무슨 말인지 너무나 잘 알겠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올해 막 출간된 박솔뫼의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를 소개해드립니다. 2018년 출간한 『사랑하는 개』에서 시작된 동면 연작들로 구성된 소설집이에요. 표제작에는 시간과 마음의 연결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나타나 산책을 요구하는 그림자 개가 등장합니다. 산책 후 슬픔은 옅어지고 다시 삶의 건강함을 회복하게 되죠. 이 책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그림자 개와 산책하는 것 같았어요.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이처럼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일 년에 한 권씩, 삶의 속도로 만드는 책. 아주 조금씩, 하지만 오래도록 삶을 변화시키는 이야기. 스위밍꿀의 2023년을 기대해주세요!
― 황예인 (스위밍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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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오빠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매해 만나 제철 음식을 먹는 사이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오빠가 죽은 후 정오와 나, 오빠로 이루어진 유년기는 끝이 났지만 나는 엄마의 장례를 계기로 다시 정오에게 연락해 정오를 만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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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오빠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매해 만나 제철 음식을 먹는 사이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오빠가 죽은 후 정오와 나, 오빠로 이루어진 유년기는 끝이 났지만 나는 엄마의 장례를 계기로 다시 정오에게 연락해 정오를 만나기 시작합니다.
'5년 후 나에게'라는 다이어리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매 해 11월 16일에 같은 질문을 5년 간 미래의 내게 던지며 (11월 16일의 질문은 '지금 당장 사고 싶은 것은?'입니다. 2023년의 나의 답변은 달라질까요?) 시간의 흐름과 나의 변화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매 해 같은 계절이면 두 사람의 만남은 같은 식당에서 이루어지고 둘은 같은 음식을 반복하며 같은 행위를 재생합니다. <방어가 제철>의 나는 매 해 정오와 마주해 제철 방어를 먹으며 '그 일들의 이유가 모두 같으며 그러므로 단 하나의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약간의 훈기와 쓸쓸함으로 애도가 반복되는 식사 자리의 풍경을 상상해봅니다. 이 계절의 끝, 안윤의 소설을 집어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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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있는 곳의 볕은 유독 좋았습니다. 제목에 햇빛을 담은 두 소설을 함께 소개합니다. 문진영의 짧은 소설 <햇빛 마중>과 박선우의 소설집 <햇빛 기다리기>는 햇빛 쪽으로 발을 디디고, 끝내 그 빛의 기척을 알아채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