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1일 : 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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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잡스럽지만 든든한 삶의 기술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완득이> 김려령이 8년 만에 소설집을 엮었습니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도완득은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거친 청소년으로 담임선생님인 '똥주'와 일종의 대안가족을 이루며 꿈을 찾아 잽을 날렸습니다.

정상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정관념에 잽을 날립니다. 유사가족이 된 두 중년 기술자가 동행하고, 부모가 자식의 등골을 빼먹는 '불량가족'이 있는 한편, 다 자라고도 '어른 아기'로 부모에게 기생하는 자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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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쪽 : 그랬다. 내가 살 길은 나의 가난을 증명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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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멜라닌>은 파란 피부색으로 태어난, 한국 베트남 혼혈인 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마블 코믹스 만화 <엑스맨>의 '뮤턴트' 미스틱의 파란 피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도 뮤턴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는 존재들이라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 인물 '재일'의 이야기를 소설로 전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작가의 말에도 적었습니다만, ‘종이 아닌 횡으로의 연대’라는 문장이 이 소설의 목적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국가, 인종, 종교, 연령, 성별 같은 개념을 벗어난 연대의식을 말하고자 했어요. 내재화된 차별의식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고요. 과거에 축적된 유산을 당대에 소진해도 괜찮다는 사고, 소속 집단의 이득을 위해 타인을 기꺼이 해할 수 있다는 왜곡된 도덕에 대해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의 피해자를 표상하는 것이 파란 피부입니다. <멜라닌>은 넓게 보자면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경고이기도 해요. 그런 이데올로기가 우리 사회에 거리낌 없이 침투하는 것을 느끼거든요. 우리는 때로 피해자이며, 때로 가해자입니다. 소설 대부분은 파란 피부로 태어난 주인공이 미국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다루고 있지만 그 풍경이 결국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원하며 썼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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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2024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멜라닌>을 7월을 마무리하며 읽었습니다. 이 소설의 세계에서 파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으레 차별해도 되는 사람으로 대우받습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이 색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 사람들은 차별받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우리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눈이 피부의 명도를 구분할 수 없다면 역시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요?

체내 '블루멜라닌'이라는 성분으로 인해 피부색이 달라진다는 것이 이 소설의 설정인데요, 이 '블루멜라닌'이 왜 생겨나는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들의 불운의 원인을 그들의 유전자에서 찾아내려 합니다. 주인공 재일의 파란 피부를 어머니가 베트남인이라, 고엽제에 오염되었을 거라고 의심하는 식입니다. 지난 세기 폐기된 자폐에 관한 가설 중 '냉장고 엄마'(냉담한 어머니로 인해 어린 시절 발달이 지연되어 자폐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론)라는 이론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우연한 불운을 약자들의 약한 살갗에서 찾아내려 하는 시도를 소설에서 목격하니 현실세계를 살고 있는 제 살갗도 따끔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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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디자인이음

두 시인의 섬세한 이야기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이 된다. <은지와 소연>으로 시작해 <연희와 민현>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이음의 시선집 시리즈 '우정 시집'은 다음 시집을 기대하게 만든다. 섬세한 이야기가 곡진한 기록이 되고, 씩씩하게 춤을 추는 시인들의 세계가 경쾌하고 푹신하게 펼쳐진다.

<은지와 소연>
김은지 시인과 이소연 시인의 우정 시집 <은지와 소연>. 이 책에서 두 시인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춘다. 시를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보고 느낀 시간들이 내밀하게 전달된다. 작은 방에서 시를 쓰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같이 걷는다. 그들의 섬세한 이야기가 곡진한 기록이 되어 하나의 책에 담긴다. ‘한 시인의 고백이 다른 시인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고, 때로는 두 시인의 목소리가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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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적인 빌런들

한여름에 시원하게 읽기 좋은 범죄 소재 추리소설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습니다. 반전 미스터리 소설 <홍학의 자리>의 정해연은 작가의 장기를 살려 코믹스릴러로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의정부교도소에서 만난 자칭 대사기꾼 김형래와 자칭 대도 나형조는 2인조를 이뤄 세상물정 모를 노인을 상대로 대업을 이뤄 '한탕'을 해보려 합니다. 추리소설의 게임의 법칙을 의식하는 순간 작가가 설계한 반전으로 미끄러집니다.

제19회 세계문학상 최종심에 오르기도 했던 소설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에는 '한탕'을 노리는 보험사기단이 등장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물간 방송 MC 노재수는 접촉 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보험사기꾼 이주삼을 만나 그의 소개로 보험사기단 양성 학교에 입학하는데요, 의문의 인물의 정체를 추적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 삶의 의미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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