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가 어린 예술가에게 선물하는 그림책"
경계 3부작 <파도야 놀자>, <거울속으로>, <그림자놀이>에서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새로운 시도는 계속된다. 선과 최소한의 색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그림책'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이수지 작가가 자신에게, 세상의 모든 어린이에게 선물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글 없는 그림책 속에 가득 펼쳐진다.
빨간 모자와 장갑을 한 아이가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온다. 아이의 움직임에 따라 선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아이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러다 꽈당, 아이가 넘어지면 빙판의 스케이트 자국은 새하얀 도화지의 어지러운 그림이 되고, 스케치를 망치고 구겨진 종이 뭉치가 된다.
우리는 살면서 계속 실패와 좌절을 맛본다. 그림을 망쳐 종이를 구기고, 엉덩방아를 찧어 주저앉기도 하지만, 언제나 실패는 딛고 일어설 수 있다. 아이는 소년이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서서, 또래 아이들로 가득한 빙판으로 옮겨간다. 소녀는 그림을 완성한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고, 기쁨과 생기 넘치는 아이들로 가득한 빙판은 실패를 딛고 완성된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 유아 MD 강미연 (20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