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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는 등, 그 시작만으로도 자신이 소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닿는 데에 성공한 소설가 최은영이 두번째 소설집을 냈다.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다짐에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마음, 그 마음으로 바라보며 왔다."는 단단한 다짐으로 이어지기까지, 최은영다운 일곱 편의 이야기가 기다림에 응답한다.
같은 충격을 받은 몸이어도 취약한 부분을 먼저 다치게 된다. 최은영이 들여다보는 곳은 바로 그 취약한 마음의 고리들이다. 최은영의 이야기들이 묘사하는 어떤 감정들을 기억하는 연한 마음들. 헤어지는 순간에도 '시위하듯 우는 것이 아닌' 울음소리를 내던 애인 수이(<그 여름> 中)를 기억하는 이경의 아픔.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는 친구 모래의 위로를 듣고 "너무 나쁜 사람들을 너무 나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얘기해?"라고 말하며 그런 내가 고의였고, 악의적인 마음을 품었음을 기억하는 마음. (<모래로 지은 집> 中) 미숙했던 지난 날의 한 순간, 그 마음의 흔들림을 최은영은 결코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바라본다. 내 마음이 지나온 자리를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그 용기가 우리의 삶이 지나온 자리를 비로소 긍정할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