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당대까지, 즉 문명사적 접근은 수많은 지성인이 시도하려는 바다. 당연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은 책도 21세기 최고의 책 10권에 들어야 하며, 리처드 세넷의 도시 문명사를 기술한 이 책 역시 역작이다. 글은 흔히 생각하면 ‘정신’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육체’를 중심 삼아 쓰였고, 육체가 글이 될 때 글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가를 입증한다. 물론 육체의 고백, 육체를 정신화한 책은 20세기에도 지배적이었지만, 세넷의 이 책은 아테네라는 아크로폴리스와 뉴욕이라는 메트로폴리스 사이의 역사를 넘나들며 살의 접촉을 가진 도시가 왜 궁극의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