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쓴 김선우의 시"
김선우의 시를 보려면 그의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죄 없이 죽어가는 동물과, 이유를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일상의 혁명을 꿈꾸던 시인의 뜨거운 목소리.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2012)에서 시인은 살처분당하는 소와 돼지를 보며 "병들지 않았는데 왜 내가 죽어야 해요? 왜 함께 죽여야 해요?"(<얼음놀이>)라고 썼다. 시대는 더 나빠져서, 2021년 출간한 시집에 이제 시인은 이렇게 쓴다. "2019년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가 2000마리..............." (<울어주는 일, 시를 쓰는 일>)
<녹턴> 이후 5년 만의 시집. 루이스 세뿔베다가 코로나19로 사망했고, 시인은 "쇳조각 하나를 들고 돌 앞으로 가는 당신으로 보았어요"(<마스크에 쓴 시 5>)라고 마스크에 시를 쓴다. 시인은 등단 25년을 맞았고, 그간 몸이 아팠고, 고향에서 요양을 하며 회복하고 있다. 방종과 교만으로 가득한 인류의 지금이 계속될 수 있을까? 시인은 함께 아파하고 더 작아지며 겸허하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돌아본다. '내가 티끌 한 점인 걸' (<티끌이 티끌에게>) 아는 사람의 시. '어쩔 수없이 빌린 것'이 실은 '함부로 빼앗은 것'(<마스크에 쓴 시 13>)임을 아는 사람의 시. 날카롭고 절망적이면서도 겸허하고 목가적이다. '지천명'을 맞은 시인의 지혜와 함께 우리가 밟고 선 땅을 돌아본다.
- 소설 MD 김효선 (2021.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