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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시/희곡 주간 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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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하고, 차갑고, 날카로운 문장들"
    7월 29일 금요일, 더블린은 화창했다. 오후 2시 27분. 카헐은 평소처럼 사무실에 앉아 있다. 하지만 그날의 공기는 이상하게 기울어 있다. 누군가는 안부를 묻고, 누군가는 퇴근을 종용한다. 집에 돌아온 그는 고양이 밥을 주고 샤워를 하고, 데운 저녁을 삼키며 떠올린다. 그를 떠난 여자.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과의 싸움, 뒤바뀐 마음, 감정의 균열. 소설은 겉보기엔 평범한 하루를 따라가지만, 그 안에 도사린 후회와 분노, 미묘한 긴장이 독자를 끌어당긴다. 차가운 문장과 고요한 서사 속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내면의 균열은, 키건 특유의 서늘한 스타일로 압축돼 있다.

    클레어 키건이 25년의 시차를 두고 완성한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신작 소설집. <맡겨진 소녀>,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국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키건은 이번 작품에서 ‘따스함’을 걷어낸 차가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가는 일상 속 여성혐오, 불균형한 권력 구조, 남성성의 계보가 어떻게 일상화되는지를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파헤친다. 프랑스판 제목이 ‘Misogyny(여성혐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여성과 남성, 관계와 침묵, 혐오의 유산을 추적하는 섬세한 기록이다. 겉으로 보기에 고요하지만 손대는 순간 살점을 베어 먹는, 극한의 추위에 차갑게 얼어붙은 쇳덩이 같은 소설.
    - 소설 MD 박동명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