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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문제로 가득하다. 문제로 꽉 차 해결책이 들어설 자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제의 기원을 찾는 일이다. 가깝게는 9.11 사태와 걸프전에서, 시선을 넓힌다 해도 40년대 후반 이스라엘 국가 수립부터 이어진 중동전쟁에서 원인을 찾곤 하지만, 실상 오늘날 중동은 1922년,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제국 열강의 정치적 이해 관계 속에서 탄생했다.
이 책은 바로 그때, 1914년부터 1922년 사이에 벌어진 현대 중동 탄생의 비화를 복원한다. 오스만 제국의 멸망 이후 (제국 입장에서 보면) 텅 빈 공간이 된 넓디 넓은 땅은, 그곳을 삶으로 채워온 이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재편되었다. 이들은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텅 빈 공간에서 목소리는 전달될 수 없었다. 그렇게 국경이 세워지고 정부가 수립되는 한편 종교와 민족은 갈가리 찢겼다. 아우성 속에서 제국조차 원칙을 잃었고 상황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 바쁜 수십 년이 흘렀다. 이제 해결은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지만, 이대로는 평화롭게 살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1922년의 결정이 '평화를 끝내기 위한 평화'에 그쳤다면, 이제는 '평화를 끝내기 위한 평화'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을 넘어선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이 하나의 지평을 열어줄 열쇠가 될 거라 믿어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