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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껄렁한 이미지로 평소에도 "플렉스"를 입에 달고 다니던 천우. 어느 날 SNS에 장난스레 자기와 동생의 이름을 딴 요트 '천우신조호'의 사진을 올리며 #요트탈사람#플렉스_릴렉스 해시태그를 건다. 사실 이 게시물은 폭삭 망해버린 가정에 대한 원망과 정들었던 학교, 고향 해운대를 떠나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미약하게나마 반전시키기 위한 허세였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보고 모인 5명의 아이들은 압류 딱지가 붙었다 떨어진 흔적이 역력한 요트를 타고 무작정 해운대 바다로 나간다. 이 행동에 깊은 의미는 없다. 그저 각자 다른 입장, 다른 위치에 놓여있다 우연히 조우했을 뿐.
<푸른 사자 와니니>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현은 청소년 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는 수도권 인근의 학교를 벗어나 부산, 그리고 망망대해로 주인공들을 이동시킨다. 광활한 바다, 그만큼 무서운 그곳에서 불의의 사건에 휘말인 이 아이들은 깊은 흉터를 얻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흉터를 헤아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건 뉴스 사건 보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일에 꼼짝없이 꽁꽁 묶인 이들은 계속 묶인 채로 이야기 속에 살아야 하는가? 설령 이들이 픽션 속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묶인 줄을 끊고 한 발짝 움직이길 원한다. 하물며 바다를 헤매고 온 이들에겐 한 발짝뿐이랴. "파도에 삼켜지지 않는" 모습을 바라고 바란다. 이건 바로 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