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라지만 서로 달라. 그걸 모른단 말이야? 내가 문지기로 살아야 하고, 수탉이 아침을 알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너는 본래 닭장에서 알을 낳게 되어 있었잖아. 마당이 아니라 바로 닭장에서! 그게 바로 규칙이라고."별이란, 아니 별빛은, 멀리 있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별에 도달하는 길은 거의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로 고단하며 그 여정의 험난함은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을 게 틀림없다. 겨우겨우 도달한다고 할지라도 별빛에 온몸이 타버릴지 모른다.
"그런 규칙이 싫을 수도 있잖아. 그럴 때는 어떡해?"
"쓸데없는 소리!" (본문 54쪽)
"내가 돌담 위에서 한 번 더 홰를 치거든 이 곳을 나가라. 나그네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머물게 됐지만 너는 갈 곳이 있어. 닭장 말이야. 닭장은 안전해 암탉이 아무리 용감해도 언제나 족제비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본문 42쪽)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라보는 꿈'에 안주할 뿐 실제 꿈을 이루려고 하는 의지는 본래 갖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래서 꿈은 늘 허공에 떠있을 뿐 다리를 땅 위에 붙이지 못하며 그 때문에 '허황된 꿈'이니 '그저 꿈일 뿐이야'라는 식으로밖엔 이야기되지 않는다. 아니라고 고개를 좌우로 젖는 이라면 어디, 가슴에 귀를 대고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라.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언젠가 한 발레리나의 인터뷰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기사의 내용은 기억 안으로 파고들어 자리하면서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음이 틀림없고, 꼼꼼하지 않은 기억력 탓에 그나마 구체적으로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대충 이런 대화였던 것 같다.
입싹은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다. 그 동안 왜 한 번도 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어린 초록머리도 저 혼자 서툴게 시작했는데.
"아,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 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본문 189쪽)
이제는 더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럴 까닭도 없고 기운도 없었다.아마도 '잎싹'이 죽음에 이르러 바라본 저 몸 아래 지상의 풍경들이란 발레리나가 어느 한 순간에 맛보았던 가슴 가득한 충만함과 연결되어 있을 게다. 마당이라는, 어쩌면 평온하고 걱정없는 보호 울타리를 넘어 겉품새는 초라할지언정 당당하게 내딛을 수 있는 자신만의 풍경을 찾아내어 그것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잎싹에겐 비상으로의 꿈이었을지니. - 임지호(2000-07-19)
"자, 나를 잡아먹어라. 그래서 네 아기들 배를 채워라."
잎싹은 눈을 감았다. 순간 목이 콱 조였다. 무척 아플 줄 알았는데 오히려 뼈마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를 물었구나, 드디어..." (본문 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