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과 이를 막는 한국 사회의 싸움이 애초에 싸움이 될 수 없는 이유, 그 자체다. 이 싸움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말대 말의 싸움이 아니다. 자극적인 이미지 한 장으로 정리되는 몸대 몸의 싸움도 아니다. 전장연의 투쟁을 말하자면 책 한 권 분량의 설명이 필요하다. 한쪽에선 역사와 맥락이 겹겹이, 존재와 사회에 대한 고민과 통찰이 겹겹이 쌓인 거대한 움직임을 내딛는데 다른 한쪽에선 알맹이 없는 혐오가 알량하게 맞선다. 체급이 안 맞는다. 논리의 대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이 각각 이 싸움에 무엇을 걸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역사에 선명히 기억될 것이다. 인간을 향한 무도한 폭력과, 폭력에 처절하고 우아하게 대항한 움직임, 혐오로 맞서던 자들마저 결국엔 이 투쟁의 은혜를 입는 모순을 맞이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이 책은 기록물로 남을 것이다. 책이 사람을 바꾼다고들 한다. 당연히 모든 책이 그렇진 않다. 사람의 생각을, 마음을, 행동을 바꾸어낼 수 있는 책은 극히 소수다. 조금 더 나은 고민을 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막연히 예상하는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내용이 들어있다.